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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역주행→일간차트 진입'…'사람'들은 왜 박경의 '자격지심'을 스밍했을까

  • 하나영 기자

    • 기사

    입력 : 2019.11.26 16:53

    박경 '자격지심' 역주행 비결 / 사진: 세븐시즌스 제공
    박경 '자격지심' 역주행 비결 / 사진: 세븐시즌스 제공
    박경 '자격지심'이 역주행을 기록한 것으로도 모자라, 일간차트에도 진입했다. '밤 10시'에 100위로 진입(이하 멜론차트 기준) 한 뒤, 역주행을 거듭해 차트 프리징이 걸리는 시간에는 최고 6위까지 기록했다. 사람들은 왜 그 밤에 박경의 '자격지심'을 스트리밍 한 걸까.
    박경 저격글 및 바이브 반응 / 사진: 박경 트위터, 윤민수 인스타그램, 메이저나인 제공
    박경 저격글 및 바이브 반응 / 사진: 박경 트위터, 윤민수 인스타그램, 메이저나인 제공

    지난 24일, 박경은 자신의 트위터에 "할 말은 하고 싶네요! 저기요 선배들, 후배님들 사재기는 하지 맙시다"라는 글을 게재했다가 삭제한 뒤 "바이브처럼 송하예처럼 임재현처럼 전상근처럼 장덕철처럼 황인욱처럼 사재기 좀 하고 싶다"라는 저격 글을 남겼다.


    박경이 언급한 이들은 다소 독특한 음원 추이를 기록하며 차트 최상위권을 유지하는 가수들이다. 페이스북을 비롯한 여러 SNS를 통해 이름을 알리는 '노하우'를 통해 음원 차트에서 좋은 순위를 기록하기 때문에 '페북 픽'으로도 불린다. 이러한 '페북 픽' 가수들이 사재기 의혹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닐로, 숀과 같은 가수들 역시 비슷한 의혹을 받았고 관련 수사가 진행됐지만, "데이터 분석만으로는 사재기 유무를 판단하기 어려웠다"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하지만, 이러한 결론이 내려진 이후 음원 차트에는 점점 '대중들이 모르는' 대중 가수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분명 SNS 등을 통해 알려진 '페북 픽' 가수라면, 그것도 음원 차트에서 최상위권을 기록할 정도라면, '엄청난 화제성'이 뒤따라야 할 텐데, 왜 사람들은 이들의 이름을 모르는 걸까. 실제 올해 임재현의 '사랑에 연습이 있었다면'은 연간 2위가 유력한 상황인데, 왜 임재현은 멜론에서 개최하는 '멜론뮤직어워드'의 TOP 10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을까. 그가 지난 9월 발매한 '조금 취했어'도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상황인데 말이다.

    박경 '자격지심' 재킷 사진 / 사진: 세븐시즌스
    박경 '자격지심' 재킷 사진 / 사진: 세븐시즌스

    박경의 '자격지심'이 역주행을 기록한 것은 이러한 의심과 결을 같이 한다. 박경이 게재한 글은 얼마 지나지 않아 삭제됐고, 박경의 소속사는 "박경의 트위터에 실명이 거론된 분들께 사과 말씀 드린다"라며 "박경은 특정인의 명예를 훼손하려는 의도는 없었으며, 현 가요계 음원차트의 상황에 대해 발언한 것이다. 직접적이고 거친 표현으로 관계자 분들께 불편을 드렸다면 너른 양해를 구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가요계 전반에 퍼진 루머에 근거해 사실 관계 확인 없이 발언한 것으로, 단순하게 생각하면 아티스트 개인의 생각을 본인의 트위터에 올린 것이지만, 구체적인 실명을 거론해 당사자들께 불편을 드린 점 사과의 말씀 드린다"라며 사과의 뜻을 전했다. 그럼에도 박경이 실명을 거론한 아티스트들은 모두 "심각한 명예훼손과 정신적 고통을 당했다"라며 법적으로 강경 대응을 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에 누리꾼들이 박경의 뜻을 지지한다는 표현을 하며 '박경 자격지심 총공'을 시작하게 됐다. 지난 25일 각종 커뮤니티 및 SNS 등을 중심으로 해당 곡을 스트리밍한다는 정보가 퍼졌고, 트위터에서는 '실시간 트위터 트렌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밤 9시부터 시작된 누리꾼들의 총공은 밤 10시, 실시간 차트 '100위'라는 진입 기록으로 보답을 받게 됐다.

    박경 '자격지심' 79위 기록 / 사진: 멜론뮤직 캡처
    박경 '자격지심' 79위 기록 / 사진: 멜론뮤직 캡처

    이처럼 '눈에 보이는' 화제성으로, 다수의 사람들이 뜻을 모았음에도, 실시간 차트 '100위'로 진입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물론 과거 발매된 곡이었기 때문에 새롭게 차트에 재진입하는 것이 더욱 어려웠을 수도 있지만, 음원 사이트, 특히 멜론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시간 차트 순위의 '끝'에 진입하는 것조차도 이렇게 어려운데, 대중들에게 낯설게 느껴지는 가수들이 '발라드가 유행이다', '노래가 좋다'라는 이유로 음원 차트의 최상위권을 차지한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그저 놀라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박경의 '자격지심'은 스트리밍 총공 전날인 24일 8,710명이 감상하는 것에 그쳤으나, 오늘 일간차트 순위(25일 기준)와 함께 공개된 정보에 따르면 11만 명이 넘는 이용자 수를 기록했다. 이처럼 많은 이들이 '같은' 시간에 '같은' 노래를 듣고 다운을 받았기에 '79위'라는 성과를 해낼 수 있었다. 그저 SNS를 통해서 홍보가 됐다거나, 유명 유튜버가 이들의 노래를 커버해서 달성하기에 '최상위권 차트 순위'는 정말 멀게만 느껴진다. 꼭 '사재기'가 아니더라도, 이들의 '노하우'에 의구심이 생길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물론, '사재기'와 무관한 억울한 피해자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음원 차트에 '이상'이 생긴 것은 분명하다. 이에 지난 22일에는 한국연예제작자협회, 한국음악콘텐츠협회 등을 비롯한 음악산업 단체들이 음원 사재기 문제를 좌시하지 않겠다며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음원차트 진입 사례 때문에 선량한 창작자과 실연자, 제작자들까지 의심받고 있다. 산업 생태계가 위협 받는 상황이다. 우리 대중 음악이 발전하고 공정한 문화가 정착하길 바라며, 필요시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타 아티스트 법적대응 관련 박경 입장 / 사진: 세븐시즌스 제공
    타 아티스트 법적대응 관련 박경 입장 / 사진: 세븐시즌스 제공

    한편 박경 측은 "최근 실명이 언급된 아티스트 분들의 법적 대응 입장에 대해 향후 법적 절차가 진행될 경우, 변호인을 선임해 응대할 예정이다"라며 "박경의 실명 언급으로 문제가 되는 부분은 법적 절차에 따라 성실하게 임할 것이지만, 본 건을 계기로 모두가 의심하고 피해자가 되는 가요계 음원차트 상황에 대한 루머가 명확히 밝혀지길 바라며 근본적으로 구조적 문제 해결에 대한 논의가 있기를 바란다"는 공식입장을 밝혔다.


    ◆ 이하 박경 법적 대응 관련 세븐시즌스 공식입장 전문.


    안녕하세요. 세븐시즌스입니다.


    최근 당사 소속 아티스트 박경이 SNS를 통해 언급한 발언으로 인해 실명이 언급된 아티스트분들의 법적 대응 입장에 대한 당사의 공식 입장을 말씀 드립니다.


    본 건 이슈와 별개로 당사는 박경의 소속사로서 아티스트의 입장을 대변하고 보호해야하는 의무가 있는 바, 향후 법적 절차가 진행될 경우 변호인을 선임하여 응대할 예정입니다. 


    지난 번 공식입장을 통해 말씀 드렸듯이 본 건으로 인해 실명이 언급된 분들 및 해당 관계자 여러분들에게 불편을 드린 점 다시 한 번 양해 말씀 드립니다.


    당사는 박경의 실명 언급으로 인해 문제가 되는 부분은 법적 절차에 따라 그 과정에 성실하게 임할 것입니다. 다만 본 건을 계기로, 모두가 서로를 의심하게 되고, 모두가 피해자가 되는 현 가요계 음원 차트 상황에 대한 루머가 명확히 밝혀지길 바라며 무엇보다 근본적으로 구조적인 문제 해결에 대한 건강한 논의가 있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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